박경현 교수님 인터뷰
이번에는 30년 간 경찰대학에 몸담고 계신 박경현 교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의 태도로 항상 경찰대학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교수님의 간단한 프로필입니다. 교수님의 젊은 시절 모습을 찾아보았습니다. 정말 멋진 모습이네요!
이름 : 박경현 담당과목 : 경찰작문/경찰화법 |
학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육군 중위(ROTC 6기) 수도여고, 서울여고 교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사 경찰대학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Canada Toronto대학 객원교수 한국 화법학회 회장 역임 KBS 한국어 말하기능력 시험 평가위원
문학박사 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가 |
* 더 자세한 프로필은 인터뷰 하단에 있습니다.
* 서원호 학생이 기록을 맡고 이하나 학생이 질문을 맡았습니다.
1. 교수님께서 지니신 활력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퇴직을 앞두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강의와 소통을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한 학기 내내 인상 깊었습니다.
>> 나는 태생적으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어. 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교장이셨고, 아버지는 고등학교교장,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지. 교무실에서 모유를 먹고 자랐어. 내 딸까지 지금 선생님을 하고 있으니 백묵가루 140년 집안이지. 교직은 거짓말을 해선 안 돼. 또한 바른 소리를 해야 하지. 교직자는 훈수꾼이라고 생각해. 훈수를 두려면 자신이 바르게 살아야 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 정곡을 찌르는 말을 자주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날카로운 느낌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지. 그리고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어떤 단어를 쓰는지 보고, 학생들이 쓰는 단어를 많이 쓰다 보니 젊어 보이지.(♣ 교수님께 문자를 드렸는데 ‘알쓰.’라고 답장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리고 난 태생적으로 젊어 보이는 편이지. 허허허 젊은이들 기를 빨아먹고 살아서 그런가. 허허허. 사진빨(?)도 잘 받고 말이야.
2. 1기부터 30기까지 경찰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경찰대학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대학이야. 고등학교 나와서 4년 공부하고 바로 간부가 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이지. 대만에 우리 대학과 비슷한 공무원 양성 대학인 중앙경관학교가 있으나 우리와는 시스템이 다르지. 우리 대학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경찰 간부로 배출한다고 우려하지. 아니, 20대에 의사도 되고 20대에 장교도 되고 20대에 판검사도 되어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는데, 어찌 경찰은 20대에 간부가 되면 무리라는 건지? 경찰대학생은 엄연히 4년 동안 경찰 간부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는데 말이지. 일선에 나가면 처음에는 아직 어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금방 그렇지 않은 것을 인정해. 경찰대학 30년 역사가 긴 것은 아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4년제 특수대학이 되었지. 요즈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제 우리 대학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대학다운 대학으로 성장한 거지. 학생들도 숲 속에 있을 때는 그 숲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기 어렵지만 숲을 빠져 나와 되돌아보면 숲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을 거야. 정리하자면 30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경찰대학은 이제 칭송받을 만한 학교가 되었다는 것, 인정받는 대학이 되었다는 것이야. 그렇다고 너무 부풀리면 안 돼.
3.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행복했던 순간?
>> 41년 간 교직생활을 했는데 24살부터 33살까지는 여자고등학교 교사를 했어. 그 당시 총각에 국어선생에 ‘100m 미남’(♣ 가까이서 보면 그렇고 그런데 멀리서 보면 잘 생긴 듯 보이는 남자)이었으니 인기가 많았지.(♣ “소문에 살고 루머에 죽었지.”라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여고 교사를 하려면 여학생들에게 틈을 주어선 안 돼. 심지어 여름에도 긴팔 셔츠입고 수업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단정한 옷차림을 확인했어. 아침에 출근하면 학생들이 갖다 놓은 커피 보온병 대여섯 개, 정성으로 꽂꽂이한 꽃병 여러 개가 서로 경쟁하듯 책상 위아래에 놓여 있곤 했어, 다른 선생님들 눈에 띄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스타가 된 양 뿌듯하기도 했지. 여고 선생님 시절엔 넥타이를 내 돈 주고 사 입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그 화려하고 황홀한 시절을 누린 탓인지 나는 아직도 치유할 수 없는 ‘왕자병’ 후유증이 남아 있어. 71학번부터 가르쳤는데 지금도 그때 그 여학생들이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꽃을 보내고 난을 보내고 소식을 전해. 이제 50 중반을 넘은 아줌마, 할머니들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챙겨주는 학생들이 아주 고맙지. 그게 내 자랑거리이기도 하고. 젊은 시절부터 선생님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은 언제든지 공평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고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항상 바른 생활을 갖게 되었어. 요즘도 그때 그 여고생들과 만나면 교복 입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수십 년 전 추억을 되뇌이며 함께 늙어가는 행복을 느끼기도 해.
뭐든지 첫 번째 부임지가 중요해. 첫 번째 부임지에서 인연을 만나서 결혼하는 경우도 많고. 첫 번째가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편이야. 그러니까 첫 단추를 제대로 껴야 해. 1학년 때 갈등하기 시작하면 4년 내내 불안해. 1학년 때 자신을 다지고 마음을 다져야 해.
4.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찰화법을 가르치셨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경찰화법 주제가 있으신가요?
>> 지금은 자유 주제이지만 예전에는 몇 개를 주고 발표하기도 했어. 4인 1조도 해보고. 하지만 상대평가에 용이하기도 하고 엉뚱한 것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것이 좋다는 점 때문에 자유 주제로 개인 발표를 하게 되었지. 경찰화법은 자료수집 능력, 자료해석 능력, 의사 발표 능력, 상호평가와 자기평가 능력을 키우고, PPT 작성 경험, 녹화 경험, 다양한 화제 획득 등을 하는 데 필요한 기초 과목이지. 그래서 강의를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강의진행계획서’릉 미리 나누어 주었지.
학생들이 발표한 화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물론 다양하고 독특한 주제가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토속적인 몸보신 방책, 보신탕을 먹자.’였지. 아주 별 것을 다 조사했어. 개고기가 좋냐, 옛날부터 왜 먹었냐, 북한도 먹는다, 보신탕 가게와 의사까지 찾아갔다오고. 조그만 주제로 파고들며 설득시킨 게 인상 깊었어. 처음에는 비판도 많을 거 같았는데 발표가 끝나니까 동물 애호가들마저 설득시켜버린 강의였지.
말이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잘 하는 것이 아니야. 준비해야 말을 잘하는 것이지. 말할 거리를 다양하게 많이 준비해야 정리하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기교만으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는 것은 결코 아니야. 그래서 나는 화법 강의 종강사에서 “준비된 말이 성공을 부른다.”, “소통을 잘 해야 삶이 윤택해진다.”, “경청해야 사랑받는다.”를 힘주어 말하곤 하지. ‘준비’, ‘소통’, ‘경청’을 지나치게 강조했지. 특히 새벽 1시부터 6시를 제외하고는 언제 어디서나 학생들의 질문을 전화, 핸드폰, 메일, 메시지 등으로 받고 반드시 답을 해주는 소통 연습을 많이 했지. 나로서는 부담스럽기도 간혹 귀찮기도 했지만 짧은 강의 시간에 베풀 수 없던 것을 AS(after service)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다고 할까?
5. 이럴 때는 이런 제자가 예뻐 보인다?
>> 나는 제자를 너무 가까이 하지도, 너무 멀게 하지도 않아.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지. 제자들에게는 항상 공평해야 돼. 선입관을 가지면 안 돼. 고등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는 좌석 배치까지 공정하게 했어. 저번 주에 이쪽 구석에 앉았으면 이번에는 가운데로 앉도록 하는 식으로. 생활환경조사서는 학생들에게 받자마자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참고하려고 펼쳐보곤 했어.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선입관을 갖지 않기 위해서 그런 거지.
다만 나한테 많이 접근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연구실에 찾아와서 능청스럽게 책을 꺼내보기도 하고 붙임성 있게 대하는 학생들이 그래도 예뻐 보이는 편이지.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거야. 쓸데없는 소리라도 메일을 자주 보내는 학생들을 좋아해. 1기생인데 아직도 문자를 주고받는 졸업생들이 있어. 근무지 이동할 때마다 문자를 하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자문을 구하려고 전화하는 졸업생들도 있어. 이렇게 늘 끈질기게 인연의 끈을 동여매는 학생들을 좋아해. 한 학기 학점을 잘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30년 내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지.
하지만 교육에서는 ‘유교무류(有敎無類)’이어야 한다고 생각 해. 가르침에는 차별이나 불공정이 있어서 안 돼. 그래서 가끔은 정을 안 준다고 생각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특정 학생을 예뻐해 주면 그 학생은 나중에 다른 학생들의 질투와 차별을 받게 되지. 어느 제자에게나 ‘너무 가까이 하지도 너무 멀리 하지도 않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 중요해.
6. 퇴직 후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퇴직 후에는 논문형식의 글이 아니라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어. 개교 이래 수십 차례 우리 대학 졸업식이나 경찰의 날 대통령 연설문을 썼지만 이것은 문학적인 글은 아니지. 퇴직 후에는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 서울대학교를 나와서 비교적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모교에 기여한 바가 적었어. 지난 봄부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총동창회 사무총장 겸 총무 부회장으로 선출돼 동창회 살림을 맡고 있어.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봉급은 안 받고 무료 봉사하는 공직에서 일하고 싶어. 또 많은 제자들을 만나는 재미도 누리고 싶고. 국내외에 근무하는 우리 졸업생들은 만나면 과분한 환대를 해주어 고마워. 가까운 지인들과 여행 또는 학회 행사로 가끔 졸업생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경찰대 자랑’, ‘경찰 사랑’의 홍보 효과가 적지 않더군.
7. 마지막으로 경찰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경찰대학생들, 일단은 말과 글을 잘 구사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쌓아야 돼. 리더십이라는 것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이야. 성적이나 외국어 실력으로 하는 게 아니야. 말과 글로 하는 거지. 친구끼리 얘기할 때도 효율적으로 말하고 글을 쓸 때도 깔끔하게 쓸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법률 지식도 중요하지만 말을 듣고 글을 읽어야 돼. 그런 게 리더십의 기본이야.
경찰은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고. 거지부터 추기경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경찰은 오지랖이 넓어야 해. 뻔뻔스러울 줄 알아야 하고.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지. 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동기들, 선후배들까지 꿰뚫고 있어야지. 30기면 26기부터 33기까지 8기수는 알고 있어야지. ‘윤영권’ 하면, 안경 쓰고 지적이고 머리 세우고 미소가 아름답고. 이렇게 딱 떠올라야 돼. 다 소통이야. 또 모든 교수님, 교수위원들과 한 번씩은 말도 해봤어야지. 강의만 듣고 외모만 보고 이 분은 어떻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경찰(警察)’의 ‘警’은 말(言)을 공경하여(敬) 여러 사람에게 ‘경고, 경계’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察’은 여기저기를 자세히 살핀다는 뜻이야. ‘검찰, 관찰, 사찰, 성찰, 통찰’에 다 ‘찰’자가 쓰이잖아. 따라서 경찰의 주요 업무는 책상머리에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줄기차게 움직이는데 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학생 때부터 오지랖을 넓히고 누군가에게 스스로 다가가 친근감을 나누어야 할 거야.
이제는 아랫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돼. 지금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의 시대를 넘어, ‘고객 졸도’의 시대야. 부하를 잘 통솔하는 기본은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거야. 경찰이 국민에게 믿음직한 경찰이 되려면, 국민의 말을 제대로 들어 주는데 있어. 넌 너대로 난 나대로 나의 길을 가리라, 이건 안 돼. 경청은 사랑을 할 때도 중요해. 우리 학생들이 여학생들 앞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스타일이 뭐냐면 자기 혼자 얘기하는 거야. 경찰대학 자랑하고 어쩌고 하다가 몇 번 보면 이제 할 게 없어. (♣ “맞아요.” -윤영권 학생) 허허허. 몇 번 차여봤어? 허허허. 그러지 말고 상대방에게 자꾸 물어서 캐내야지. 경청하면서 말을 끌어내야 하는 거야. 말을 끌어내는 게 또 수사의 기술이야. 경청해라. 내가 졸업생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계급이 높을수록 말을 아껴라.’ 서장이 할 말이 있고 과장이 할 말이 있고 계장이 할 말이 있지. 우리는 높은 사람이 다 얘기를 해버리니까 중간 계급의 의견이 없는 거야. 중간 계급이 아이디어를 내면 말 안 듣는다고 하고. 이러면 발전이 없는 죽은 조직이 되기 쉬워. 지금 20살 때부터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 봐.
붙임: 여러 사이트에 ‘박경현’을 클릭하면 교수님이 쓰신 여러 편의 시를 만날 수 있고, 경찰대 홈페이지 ‘교수 마당’에 여러 편의 칼럼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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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외에도 귀담아 들어야 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모두 담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퇴직 후에도 명예 교수로서 조금 더 경찰대학에서 가르치신다고 하시니 교수님께 자주 찾아뵈어 충고도 듣고 고민상담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학생이든 환영한다고 하셨으니 교수님께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표합니다!
이상 온라인 홍보팀 30기 서원호, 이하나, 김민석이었습니다!
( 사진 촬영을 맡아 준 앨범위원 윤영권 학생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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