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人/Humans Of KNPU

Humans of KNPU - 법학과 4학년 나재현

폴라폴리 2018. 5. 27. 17:49

  어릴 적 첫 축구대회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네요. 제 첫 경기 첫 골이 자책골이었어요. 많이 좌절했던 저와 달리 어머니께서는 제게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 삶 20년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길을 가다 넘어져 다치는 나쁜 일이 있어도, 1등을 하는 좋은 일이 있어도 모든 경험은 항상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영향을 받았기에 저는 경험주의를 지향합니다. 보통 경험주의자는 같은 일을 겪어도 그것을 자신만의 생각, 가치로 승화시킨다고 하죠. 좋지 않은 일이 겪더라도, 부정적인 부분보다 이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에 대해 집중한다면 결국 그 일을 좋은 경험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의 정수는 고3 시절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버지의 미국 연수길을 무작정 따라나섰어요. 되돌리기 어려운 고등학교 성적, 수능 성적, 고등학교 졸업 문제, 재수 문제 등을 이유로 가족 외에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 부딪치는 것도 다시 오지 않을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영어공부가 부족한 탓에, 미국에서 짧은 영어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발표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심지어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에도 말도 못하고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1년 동안 고생을 하고나니 나중에 귀국할 때는 질문도 받아주고 발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죠. 동양인이고, 언어의 장벽도 높았으며, 12학년일 정도로 나이도 많은 제게 학교생활 그 자체가 도전이고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또, 부모님과 큰 승합차를 타고 방학 때 시간을 내어 한 달 동안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정말 세상이 넓다는 것을 느꼈죠.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세상은 넓구나.’, ‘경험해보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구나.’ ‘낯선 곳에서의 모든 것들은 경험이 되는구나.’ 라는 것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며 경찰 공무원,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하는 이들은 이렇게 온갖 경험도 해보고 견문을 넓혀보면 국민의 입장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모두를 포용하는 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요즈음에는 또 새로운 한계를 느끼고 있고, 여전히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것들이 저라는 그릇을 더욱 키워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공무원인지라, 어릴 적부터 국가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국가관이 투철하다고 하면,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국가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이 사회에서의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공무원 가정에서 크게 넉넉하지도 않게 크게 부족하지도 않게 자라오면서 항상 감사함을 느꼈고, 이는 비단 부모님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재와 역할도 개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거치며 제가 받았던 것들을 사회에 나가서 보은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찰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 같아요. 유년기 한때의 꿈이었던 판사, 경제학자 등보다도 치안엘리트로서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소망은 저를 경찰대학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학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측면의 그릇을 키우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곳에서 그릇을 최대한 키우고 많은 것을 담아가야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령 형소법을 공부한다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운동을 한다면 체력적인 성장을 통해 국민들에게 든든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생활 면면을 관, 그리고 앞으로의 경찰생활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인간관계와 그 관계로부터 배울 수 있는 타인의 장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 자신을 뛰어나다고 생각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대학에는 주위를 둘러보면 배워야 할 점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죠. 1학년 때부터 느끼는 부족함을 지금까지도 매 순간 느끼고 있으니 타인으로부터의 배움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주위사람들로부터 성품, 공부, 삶의 목표, 사고의 방법, 화법 등 모든 면에서 최대한 많이 배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제 스스로가 이렇게 살고 있고, 살고 싶다는 것이지 타인에게 같은 삶의 가치를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두에게 각자의 목표와 가치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니까요. 다만,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생각,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을 항상 소중히 간직한다면 인생의 가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뿐더러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공헌할 수 있는 인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저도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경찰대학, 법학과 4학년, 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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